서울 맵에서 키우는 중인 도시다. 공업도시를 옆에 이웃으로 끼고 발전하는 전형적인 방식. 그런데 요즘 이상한 문제가 발생했다. "긴 통근 시간 때문에 버려짐", 일자리 없음 마크가 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난 것이다.
주상도시의 전경이다. 맨 아래는 상업, 중간은 주거, 위에는 약간의 상업 구역이 있는 구조다.
이 도시는 아래에 인접한 공업 도시에 I-D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반작용으로 오르는 수요를 다시 수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고, 주거 구역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단의 주거 구역에서 출근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악명높은 이웃도시 통근 문제다. 이 상황에서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게 추정됐다.
첫 번째 추측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이웃도시로 통근하는 지역은 도시 내에서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흔히 NAM 등 모드를 쓰지 않은 오리지널 환경에서는 도시 경계선에서 수십 칸 이내에 붙어 있어야 통근이 가능하다고 하는 정보가 인터넷에 퍼져 있다. 처음에는 경계선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부분부터 문제가 생기자 이것이 원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 임계점이 60칸 정도로 애매했기 때문이다. 32칸, 64칸도 아니어서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큰 지도를 하나 생성해서 실험을 해보았다. 위와 같이 대형도시 두 개가 인접해 있게 했다.
맨 오른쪽 끝에는 공업 일자리가 마련돼 있다. 실험 후에 알았지만 일자리가 위치한 도시 내에서 경계선으로부터 일자리까지의 통근 시간이 길든 짧든, 거리가 멀든 가깝든 주거 도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의 주거 도시에서는 일자로 도로를 뻗어놓고 경계선에서부터 주거지를 만들고, 더이상 집이 들어서지 않을 때까지 거리를 늘렸다. 그 결과 통근 시간이 300분에 다다를 때까지 집이 들어섰다. 이것이 임계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이 거리까지도 집은 계속 들어섰다.
따라서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칸 안에 들어야 한다는 가설은 틀렸다고 결론지었다. 위의 큰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150칸을 넘어서도 통근은 가능했다. 이런 저런 조건과 요인에 따라 그 거리가 바뀐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설득력이 적었다. 또 아무리 혼잡이 심하더라도, 에비뉴로 바꾼 후에는 빨간 칸이 거의 사라졌고, 중형 맵은 크기가 작았기에 통근 시간이 너무 길어서 통근을 못한다는 것도 사실상 가능성이 없었다.
그럼 무엇이 진짜 문제였을까. 도로를 에비뉴로 바꾸거나 고속도로를 옆에 지어보기도 하고, 버스와 지하철, 기차, 가장 빠른 운송수단이라는 모노레일을 건설해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NAM을 설치하지 않아서 맥시스가 만든 기본 패스 엔진이 버그가 발생한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렇게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지금껏 여러 번 이렇게 심시티 4에서 오류같이 보이는 현상을 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 그만둔 적이 많았다.
그러던 중 공공 시설이 상당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어쩌면 그 건물에 도로를 연결해주지 않아 길찾기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서 바둑판식 주거 밀집 지역과 조금 떨어뜨려서 작은 주거 구역을 설정해주고 공업 도시로 도로를 연결해 준 적이 있는데, 이때도 기존의 도로망과 분리시켰을 때는 주거 구역이 조용하다가 연결해준 직후 집들이 들어서는 현상을 보였다. 다시 연결을 끊고 집을 철거하자 다시 들어서지 않았다. 즉 도로망의 연결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시에서 도로가 연결되지 않았던 유일한 건물들인 소방서, 발전소의 일자리는 많아야 몇 백에 불과할 텐데, 인구가 5만 명이나 되는 도시에 과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그 건물들이 위치한 곳이 위쪽이고, 그 주변의 주거 구역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같았다.
위와 같이 도로를 연결해주자 70여 명이 통근했다.
그리고 그 직후 놀랍게도 모든 일자리 없음 마크가 사라지고, "긴 통근 시간 때문에 버려짐"이 뜬 건물들도 복구되었다. 결국 도로를 연결해주지 않자 엔진에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이웃도시의 다른 일자리를 탐색할 겨를도 없이 일부 주거지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치 건강한 혈액이 순환하는 것처럼 도시에 전체적으로 활력도 생겼다. 주거 수요가 있음에도 주거 구역이 조용했다가, 이후에는 활발하게 업데이트되는 모습을 보였다.
요점은 맥시스에서 만든 패스 엔진은 도로가 모두 잘 연결돼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도로를 연결하지 않고 버스 정류장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게 고립된 아파트 단지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때도 아파트가 길을 찾았다가 다시 못 찾기를 반복하면서 버려졌다 회복되는 것을 반복하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당시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중상류층은 버스를 강요하면 거부한다는 결론을 낸 채로 그러한 고립된 단지를 포기하고 도로를 연결해준 경험이 있는데, 아마 그것도 이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해줬다고 하더라도 도로망이 연결돼있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
심시티 4의 길찾기와 관련해 오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명확한 원인이 묘연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이 그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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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 4를 출시 때부터 해오던 사람입니다.
답글삭제심시티에 대한 조예가 대단하십니다. 혹시 예전에 운영되던 모 홈페이지의 운영자분(Nxxxx)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Network Capacity, Switching Capacity를 Reader로 조절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리신 글들에 상당한 도움을 받고 갑니다.
특히 이 글의 내용은 원인을 전혀 찾지 못했던 악질적 현상인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c7735646119333525539!@ 운영자를 한적은 없습니다. 감사하고 더 좋은 글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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