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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의 본질

토요일, 4월 05, 2014
화폐의 본질은 결국 교환의 도구이다. 이는 물물 교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화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물물 교환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초등학교에서 하던 작은 시장에서는 안 보는 책 한 권이랑 공책 한 권을 거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빵업자가 밀가루 1kg을 주문할 때, 빵 수십개와 밀가루 포대를 바꾸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결국 그 빵을 다른 물건으로, 예를 들어 양말 한 켤레, 잼 한 병 등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밀가루 생산자가 버스를 타고 통근한다면 버스 기사에게 빵을 내밀 수는 없기 때문에 빵을 다른 것으로 또다시 바꿔야 하므로 2번 이상의 거래를 거쳐야 한다. 하물며 더 거대한 경제에서는 이 거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해질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조개껍질, 귀금속 등에 사회적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통화로 사용해왔다. 현대에는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통화와 금, 은이 주로 쓰이는데, 금과 은은 가치가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데에 반해 달러$, 원\ 같은 통화는 가치가 실질적으로 보증되지 않고 신용에 의해 평가된다. 당장 전국민이 100억원을 가지게 된다고 부자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닌 이유이다. 언제든 가치가 바뀔 수 있는 것인데, 이때 흔히 언급되는 수요-공급 법칙을 좀 더 실생활에 밀접하게 해석하면 화폐와 교환 대상 소유자의 줄다리기로 볼 수 있다. 예컨대 그 대상이 외국 통화라면 환율을, 국내 실물자산이라면 물가를 결정한다.

경제가 안정적일 땐 곧 신용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고, 수요-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억을 저축한 회사원 A씨는 오늘도 회사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5000원을 쓰며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해외 여행은 작년보다 4%정도 올랐지만 저축한 돈도 그 정도로 불어나 B씨는 안심한다.



그렇다면 각종 문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수요와 공급의 줄다리기의 개념으로 보면 이를 해석할 수 있다.

1. 기업의 독과점으로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경우
실물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노후 자금으로 M원을 저축해 30년을 생활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물가가 이렇게 예상보다 올라버리면 노후 자금으로 20년 밖에 살 수 없어진다. 화폐의 가치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보통 실물 생산력을 가지지 못하고 신용 화폐를 저축하는 개인들이 피해를 본다.(따라서 재테크 지침서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흔히 저축 말고 부동산, 주식 등에도 투자할 것을 권한다.) 반대로 실물 자산을 생산하고 소유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한 곧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이므로 통화량 증가 압력이 가해진다. 물론 실물 자산 소유자들은 반대 압력을 넣을 것이다.

이렇게 실물 가치와 통화량이 동시에 증가함에도 실물 소유자들이 이익을 보는 이유는 시간차 때문이다. 다만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생산을 제고하므로 경제의 윤활제라고도 불린다. 다만 어느 정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이도록 조정해 분쟁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2. 수입 원자재, 원유 등의 가격이 급상승하는 경우
필수적인 자원이 비싸지면 결국 광범위한 자산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므로 전세계적으로 생산 효율 증가와 가격 인상 압박이 가해진다. 일부 품목은 가격이 오름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어 망할 수도 있고, 일부 생필품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자원 가격 상승을 상쇄할 만큼 생산 효율을 증진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보통은 전세계적 차원에선 자원 생산국이 이득을 보고 각국의 소비가 줄어든다.(따라서 이 경우 실물 가격을 억지로 낮추는 대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 합리적인 대책이다.)

또한 자원에 의존적인 나라일수록 다른 나라들에 비해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므로 환율이 상승한다. 이때 그 나라의 수입가는 상승하고, 해외에서 실물 가치로 평가받는 수출품의 수익도 상승한다. 따라서 수입을 주로 할수록 손해를 본다.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 자산과 임금 등은 저평가받게 된다. 이후 수입품과의 경쟁이 약해지면서 국내 물가가 더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악영향이 바로 자원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수출 중심 경제 주체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값싼 노동력을 얻을 수 있어 역설적이게도 국내 차원에서 이익을 본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착시 효과로, 이면에서 국가 경쟁력은 떨어진다.

3. 원 달러 환율을 높이는 경우(원화 평가 절하)
국가 정책적으로 원화를 많이 공급하는 방식이다. 원화를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원화 기준에서 수입가와 수출가는 상승한다. 따라서 수출 중심 기업의 경우 2번의 환율 상승 예시에서 봤듯 '원低' 효과를 누리지만 국가 전체는 불리한 조건이 된다.

4. 투기와 버블
적절한 규제가 부족하면 특정 자산 가치가 급격히 증가해 버블이 생길 수 있다. 붕괴시에는 엄청난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동반됐던 인플레이션까지 겹친다.(자산 가치가 담보로 쓰여 통화량이 늘어나는 착시 현상때문에 버블 붕괴시에는 통화량이 부족해지는 경향이 있다.)

5.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과잉 공급이 문제되는 경우
소비가 진작되지 못하고 세일도 소용없을 정도로 부족해지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재고가 다 처리된 뒤에도 생산량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면 물가가 올라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올 수 있다.



통화량은 어떻게 조절되는가?
먼저 화폐의 공급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시중에 있는 현금의 양은 통화량보다 훨씬 적고, 자본의 대부분은 대출된 빚이다. 중앙은행이 현금을 발행한 후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시중은행은 또다시 대출을 해주며 그 후에 대출 과정이 반복되어 거래가 활발해져 통화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구조때문에 빚을 무리하게 내서 투자, 생산하다가 경기가 안좋아져 돈을 잃거나 재고 처리를 못하면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할 수도 있다.

빚의 이자때문에 은행이 통화를 흡수하지만 아마 이를 상쇄시키는 공급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마 저축금에 대한 이자?)

중앙은행이 일정 기한과 이자율이 있는 채권("100만원 주면 나중에 110만원으로 돌려줄게.")을 발행하면 통화량을 줄일 수 있고, 미래에 이자와 함께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100만원을 줄테니 나중에 110만원으로 갚아.") 돈을 빌려주어 통화량을 늘릴 수 있다. 즉 통화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또한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직접적으로 대출을 통제할 수도 있다.

한편 금리도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하는데, 금리가 높아지면 저축이 늘고 투자, 소비가 줄며 빚 상환 압력이 커진다. 따라서 통화 가치를 높이고 통화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금리가 낮아지면 통화 가치는 낮아지고 통화량이 늘어난다. 화폐는 거래 수단 외에 가치 저장 용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래의 전망이 현재의 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화폐량과 별개로 통화량이 경제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에 적정 통화량, 화폐량을 추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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