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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의 원리에 대한 귀납적 가설

화요일, 1월 14, 2014

여러 사례에 잘 들어맞는 가설을 만들어보았다.
개그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웃기려는 자의 행동이 받아들이는 자에게 공감/허용돼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적인 사리가 맞고 리얼해야 한다. 공감대가 일치할수록 좋다.
2. 상황이 청자를 '웃게'(개그의 경우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한 비웃음이 많다) 해야 한다. 여기서 웃는다는 건 자연스레 웃게 되는 것을 말한다. 소속감, 사랑받는 느낌, 인정받은 느낌 등도 포함된다. 때로는 그냥 좋아서 마냥 웃을 때도 있다.
이 요소들은 상대와의 친밀감, 감정이입의 정도,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편차가 생긴다.

사례1
A"하 모니터..." B"하 모니터"
C"하 모니카"
D"아 내가 먼저 할려고 했는데"

'하 모니'를 보고 충분히 하모니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C가 드립을 쳤다.(조건1) 글자가 비슷하지만 엉뚱하게 하모니카가 튀어나온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조건2)
사실 여기서 그친다면 'ㅋㅋ...'하는 헛웃음에 그칠 것이다. 누구나 떠올릴 만한 개그이기 때문에 C가 관심받으려고 하는 거같으니 말이다.(조건1의 실패)
그러나 반전이 있다. 이런 시시껄렁한 개그를 친 C의 의도는 분명 욕먹으려고 하는 거라는 걸 센스있는 사람들은 분명 눈치챌 것이다.(2차적인 조건1) 이때 타이밍 좋게 D가 나서서 C를 도와준다. 개그를 먼저 칠려고 다투는 모습은 분명 가능한 일이다. 이로 인해 '2차적인 조건1'이 확실시된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거에 투닥거리는 모습이 웃음을 자극한다.(조건2) 이 경우엔 좀 귀여운 개그다.
또 어떻게 보면 D는 C의 행동에 따른 상황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조건1) 상황을 더욱더 웃기게 만드는(조건2) 측면도 있다. D의 멘트는 적어도 이 두가지 측면에서의 개그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개그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조건1에도 웃을 수 있다.(유딩~초딩정도?)
이 정도 개그를 많이 들어본 사람은 조건1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정도는 나도 생각할 수 있는건데 왜 나댐? 다들 아는거라 재미도 없구만.(C의 행위에 반감)'
그러나 이런 개그를 많이 비웃어보고 자신도 비웃음당해본 사람은 이제 2차 조건1을 알아차린다. 이제 "하모니카가 뭐니 하모니카가ㅋㅋㅋ"하며 웃어주면 된다. 또는 D처럼 C의 개그에 하나 더 얹어 상황을 더 웃기게 연출할 수도 있다.


사례2
(출처: 다음 여성시대 카페 댓글 중)
"택시 기사한테 쭉 직진해주세요 이말을 찍 쭉진해주세요라고 함"
"찍 쭉진ㅋㅋㅋ"

혀가 꼬이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말실수 경험담은 셀 수 없이 많다. 엄마는 장애인이라든가, 살 없는 치킨이라든가... 왠지모르게 그렇게 헷갈려하는 거에 공감이 가니 더 웃기다.(조건1) 물론 말이 엄청 이상해지고 발음도 괴상망측하고 뜻모를 외계어가 되어버리니 상황이 우스꽝스러운 건 말할 필요도 없다.(조건2)

어쩌면 말실수를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못 웃고, 완벽주의인 사람들은 저 상황에 짜증이 너무 나서 웃을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례는 생각날 때마다 추가하겠다.

필자가 여러 개그들을 위의 원리에 따라 분석한 결과, 필자가 너무 부정적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그에 웃을 때의 감정의 대부분은 비웃음이었다. 심지어 귀여움마저 미숙한 존재에 비해 능력있고 우월한 자신에 대한 느낌에 의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다른 분들의 분석과 의견을 참고하여 다르게도 생각해보고 싶다.

개그의 편차
조건1의 편차는 가능성이 있는가, 이치에 맞는가, 자연스러운가, 말도 안되지는 않는가 등의 요소가 있다. 그런데 짱구가 방구쟁이라 방구로 세계정복을 했다, 혹은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의 내가 내 뒷담을 까고 있다는 정도도 허용되는데 이와 달리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인간 관계나 이해 관계가 얽힌 개그다. 예를 들어 서로 친하지도 않은 남녀에 대해 "우리 사귀면 파이터 커플이 될 거같아.." 이런 농담을 한다면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우리가 왜 사귀어?'라는 의문과 심지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또 계층간의 비하를 소재로 한 개그는 당연히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
조건2는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므로 웃긴 상황도 다를 수 있다. 고양이를 레이저로 놀리는 것을 보고 누구는 '레이저 쫓아다니는거 너무 귀엽다.' 하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누구는 '저거 고양이 학대 아니야? 고양이가 희롱당하는 거같아. 고양이가 알아차리면 기분나쁠 거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저 상황은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니다.

더 우스꽝스럽게!
우스꽝스러운 정도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영상과 소리가 가미되면 더욱 실감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웃기다. 상상을 자극하거나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분장을 할 수도 있고, 인간 관계를 이용해 난처하거나 바보같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개그 형식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개그하는 자와의 친밀도, 연기에 대한 몰입도 역시 영향을 준다.

개그를 잘 치려면?
남들을 폭소하게 만들려면 일단 필자 생각엔 우스꽝스럽게 하는 게 최고다. 비웃음(?)을 유도하자. 코딱지때문에 숨막혀 죽을 뻔/막춤추다 담걸릴 뻔/버스 놓쳐서 정류장 발로 찼는데 발톱 부러짐/방에서 노래부르는데 엄마가 비웃음 등등... 또는 남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을 가려서 해야 한다. 귀여움을 어필하는 개그도 괜찮은 편이고, 연인 사이엔 상대에게 좋아죽는 개그도 좋을 것이다. 자기생각하느라 잠을 설쳐서 팬더됐어/선물고르느라 백화점을 하도 돌아다녔더니 길을 다 외워버린 거같다 등
근데 너무 비웃음만 받는 것도 안좋다. 선생님, 부장 등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들은 소속감과 친밀감을 가지게 하는 개그를 하는 것이 좋겠다. 김대리덕분에 회사가 삼성 호령할 기세야/티비보는데 웃겨서 배가 아프더라/다들 자기 역할을 잘 해내니 월급 줄 때 미안하구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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