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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표지, 출처:교보문고 |
그렇다면 이러한 트라우마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작용하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뇌과학과 최신 심리 치료 기법인 EMDR을 모티브로 트라우마와 부작용을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특히 현대인은 일상, 직업, 가정, 사회로부터 다양한 문제 상황을 겪고, 그 경험은 뇌의 기억 처리 기능을 거쳐 이후 자신에게 유용한 내용으로 저장된다. 그 당시에 힘들었던 감정, 헤쳐나갔던 실패 등 그 자체는 보통 저장되지 않는다. 이는 뇌가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고 장차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실시하는 기전이다. 필자는 이러한 기억 "처리" 과정이 특히 렘 수면 도중에 안구가 회전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스스로가 눈을 빠르게 좌우로 움직였을 때 기억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현상을 체험했다는 것이다. 이후 연구를 통해 EMDR 재단이 설립되고 전세계적으로 이 치료법이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스트레스 상황이 뇌의 처리 기능을 압도해 버리면 문제가 발생한다. 유용한 기억으로 처리되지 않고 경험이 날 것 그대로 뇌에 각인되어 버리는 것이다. 발에 가시를 찔렸을 때 "앞으로는 맨발로 다니지 말거나 적어도 주의는 해야겠어." 라는 교훈을 얻는 것을 원할 지는 몰라도, 그 때의 생생한 고통을 맨발로 걸을 때마다 뇌에서 꺼내 "재생"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각인들이 무의식이라는 개념으로 종합되어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때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으로 인해 "나는 쓸모가 없어,"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등의 부정적인 인지를 가지게 되고 그것을 연상시키는 상황에 닥칠 때마다 가정폭력의 상황과 그때의 절망적인 감정을 재생하며 좌절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때 가정폭력은 "시금석 기억"이 되며, 문제 상황, "시금석 기억", 과거의 감정과 감각은 당연히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필자는 그 다양한 상황과 작용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수십 개의 사례와 치료 과정을 간략하지만 심도있게 소개하며 내용을 전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내용에 상당한 신뢰성과 타당성을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트라우마는 뇌과학적으로 봤을 때 뇌의 작동 기전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며 정신적 어려움의 현상 뒤에 숨은 근본이 된다.
그렇다면 트라우마가 사람들의 머리에 남아 고통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의식적으로 무의식 속에서 기억을 꺼내 "재처리"하는 과정이 일정 수준의 교육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고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치료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시킴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어느 정도 기억을 찾아내 재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단 기억을 떠올리는 것부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감각을 재생시키므로 거부감을 준다. 문제를 덮어두고 피하려는 성향은 이런 현상에 적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에 완전히 몰입해 생생히 기억을 꺼내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기억으로 개조해 뇌에 다시 입력하려면 이 과정은 꼭 필요하다. 책에서는 이를 설명하며 전문가의 도움이나 감정조절기법 등을 제시하여 고통을 경감시키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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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자마자 논리적으로도, 직감적으로도 "이건 날 위한 책이다"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과거의 충격적인 기억이 그대로 저장되어 현재에 재생되면서 고통을 유발한다는 그 내용이 너무나 평소의 나에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소개글만 보고 당장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니 역시나 내가 생각한 내용과 정확히 들어맞아 "아, 드디어 내 인생의 전환점을 하나 더 만나게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논리와 생각, 인지, 그리고 때로는 꼬인 생각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내 경우를 말해보자면, 지하철에서 시선처리는 어떻게 하지? 괜히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할까봐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지하철에서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볼 때 실제로 "왜 그렇게 뚫어져라 빤히 쳐다보냐. 기분나쁘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을 나는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마 이미 정의되어 있을지도, 어쩌면 다른 용어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인지는 스스로가 아무리 부정해도 무의식 중에 계속 재생된다. 결국 그 경향을 피하기 위해 혹자는 "시크한 척"을 할지도 모르고, 혹자는 어쩔 줄 모르고 시선을 스마트폰이나 신문에 떨굴 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그런거 신경도 안 쓸 수도 있다.
"꼬인 생각"이라고 적었지만, 사실 대중적, 집단적인 트라우마는 관습, 에티켓, 규범, 심지어 예절로 격상되는 경우가 많다. 밥을 먹을 때 그릇을 드는 행동은 천해보인다는 예의범절은 한국에서 예전에 존재했었지만, 현재의 한국이나 일본에서 그것이 과연 적용되는가? 단체, 사회적 규범이 트라우마에 대한 공통된, 합의된 배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규범, 그리고 나아가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에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나아가 다원성과 표현의 자유로도 연결된다. 이처럼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트라우마는 강력한 기전으로 작용하며 때때로 사회와 이상을 규정하기도 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인지를 생각해보면, 꿈에 그리는 이상형, 삶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들도 과거의 경험과 무의식적 인지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필자는 긍정적인 것을 후광 효과, 부정적인 것을 뿔 효과(부정적 후광 효과라고도 한다)로 개념화한다.
나는 책에서 제시된 대로 평소에 느끼는 불쾌감이나 곤란함, 당혹감, 분노에 대해 상황의 특징과 그것에서 연상되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과 감각에 집중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기억을 해체하여 재처리해보았다. 당장 부정적 현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며칠 간 수 개의 기억을 처리한 후 행복감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주관적 행복 지수를 10점 만점으로 매긴다면 3.5점에서 6.5점으로 상승했다.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는 객관적이지 못하며 부정적인 관점을 형성하여 또다른 상처를 낳으며,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문제가 고착화된다.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고등학교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때, 그리고 입시로 스트레스받을 때 이 책을 미리 읽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요즘 부쩍 영어 단어가 잘 외워지고 행동도 빨라지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있어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물론 이런 사고에도 "난 운명적으로 불행이 일어날 거야."라는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겠지만 말이다.
나 자신 외에도 평소에 들었던 유명한 심리학 용어나 원리, 증후군, 현상 등에도 워낙 잘 들어맞는다. 물리적 법칙이 온갖 공학을 지배하고 변화시키고 한 단계씩 발전시키듯 이 책의 내용도 다양한 현상을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은 사례를 이해하는 재미 외에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 다양한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체계적인 정보를 위해서는 책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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